1줄 요약 : 글 쓸 때마다 곁에 두고 실용적으로 도움 받을 수 있는 문장 지침서
대학교 3학년 때 ‘미디어 작문’ 전공수업에서 작문법을 배웠다. 교수님은 문장을 이해하기 쉽게, 무조건 한글자라도 더 짧게 쓸 것을 강조했다. 나는 과제로 내는 글은 일부러 현학적으로 긴 문장으로 써내기 바빴는데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이 수업을 통해서 깨달았다. 한글자라도 더 짧게 문장을 수정해야 했던 과제의 영향인지, 전공수업을 듣고 난 이후부터 깔끔한 문장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간결한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. 하지만 내가 쓴 덜그럭 거리는 문장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, 무엇을 덜어내야 할지 몰라 고민만 하기 일쑤였다.
내가 쓴 글, 내가 다듬는 법
김정선 작가의 <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?>는 나의 고민을 덜어줄 ‘내가 쓴 글, 내가 다듬는 법’을 다룬 책이다. 20년 경력 교정자의 비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. 이 책의 장점은 문장 다듬는 법을 다양한 예문으로 이해하기 쉽고, 기억하기 쉽게 알려준다는 점이다. 예컨대 문장에서 ‘-적’, ‘-의’, ‘것’, ‘들’을 빼라는 글 꼭지의 제목은 ‘적, 의를 보이는 것, 들’이다. 글을 다듬을 때 ‘적의를 보이는 것들’ 글 제목만 기억하고 있어도 고쳐야 할 부분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. 한번 읽고 덮어둘게 아니라 글 쓸 때마다 곁에 두고 실용적으로 도움 받을 수 있는 책이다.
만화처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문장 지침서
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아무래도 문법적인 글들이 많으면 지루해지기 마련이다. 하지만 이 책은 문장 다듬는 비법 한 꼭지와 저자의 에세이 한 꼭지를 교차 시키면서 재미를 더한다. 한 챕터 공부하고, 에세이로 한숨 돌려가면서 읽을 수 있다. 나는 특히 에세이 부분도 한 편의 소설을 읽듯이 재미있게 읽었다. 조금 과장하자면 빨리 공부하고 TV봐야지 하는 마음처럼 문장 다듬는 꼭지를 빠르게 읽고 에세이를 읽기도 했다. 다 읽고 나서는 에세이가 아니라 저자가 쓴 소설이었나?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랄만한 반전도 있었다. (다시 살펴보니 머리말에 ‘소설 같은 이야기를 곁들였다’고 하는데 실화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.)
문장에 정답이 있을까?
이 책의 후기를 몇개 찾아보니 나름 호불호가 갈리는 듯 하다. 불호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, 말이 어 다르고 아 다르듯이 문장은 저마다 오묘한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은 너무 짧게만 문장을 다듬는다는 것이 요지였다. 앞서 언급한 에세이 부분에 문장과 문장을 다듬는 일에 관한 저자의 고민과 철학이 담겨있다. 에세이 부분을 읽으며 함께 고민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큰 재미가 될 것이다. 내가 쓴 글, 어떻게 다듬어야 할지 막막한 사람, 짧고 간결한 문장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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